아침 출근 방해꾼

많은 눈이 정말 밤새 소리도 없이 내렸어요.
정말 소리없이 징하게 많이 내렸답니다. 
밤새 내린 눈 두께가 한뼘이상 되요. 발이 아주 푹 푹 들어가네요.
전혀 제설작업이 안되 있어서 차를 주차장에서 빼내기 위해 아침부터 삽질?을 해야만 했어요.

'아휴~오늘 지각은 빼박이네'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더라구요.
아무튼 지각을 하더라도 출근은 해야하기에 그 높게 쌓은 눈밭위로 차를 움직였어요.
무모하게 그냥 눈밭위로 달려가보려한거죠.
아니나 다를까 눈에 바퀴가 빠져 헤어나오지를 못하더라구요. 
계속 헛바퀴돌고 소리만 요란하게 동네를 울리고...

어쩔수 없이 울 양순이 화장실 모래를 다 들고 나와서 바퀴주변에 뿌리고 
종이 박스 덧대고 움직여 보려해도 안되더라구요.
눈 퍼내는 삽도 1개 밖에 없어서 남편이 그 삽을 쓰고 저는 청소할때 쓰는 쓰레받이
가지고 나와서 눈을 퍼 냈어요.
우리 차 뒤에는 다른 주민들도 출근하기 위해 줄을 섰더라구요.
처음에는 다들 기다리고 차안에 있더니 하나둘 나와서 삽들을 가지고 나와
출구와 눈밭에 빠져 있는 우리차 바퀴주변을 치워주었어요.
정말 누구한분 짜증내지 않고 도와주시더라구요.

1시간동안 이웃 주민들과 삽질을 하고 나서야 
 (같은 아파트 살면서 이렇게 다른 인종들이 이웃 주민으로 여기서 살고 있는 줄 오늘까지 몰랐다.) 
눈구덩이에서 겨우 빠져나와 출근길에 나설 수 있었어요.
아침부터 땡큐. 땡큐 소머치를 연달아 쏟아내고 출근했네요.

눈 치울땐 지겹고 욕 나오더니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몇분 지나지 않아
차타고 지나는 도로들 주변에 눈꽃들이 만발하여 예쁘다 멋지다 연발 하면서
 핸드폰을 들고 연신 찍었어요.
아침부터 뭣땜에 고생했는지는 다 까먹어버렸네요.

가는 내내 계속 사진을 찍었는데 잘 나온게 몇개 되질 않아요. 
지금 찍지 않으면 오후 되면 저 하얀눈들이 지저분해지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미리미리 찍어야 해요.
계속 눈이 내리지 않는 한 곧 갈색이 여기저기 자리하게 되거든요.

 

아~~ 그 하얗게 내리며 세상을 소복히 뒤덮었던 눈이 시간이 좀 흐리자
흙탕물과 함께 지저분해졌어요.
더이상 눈이 내리지않자 점점 지저분해지고 있네요. 
질턱거리고 길은 미끄러워지고....퇴근 길에 보니 몇군데서 사고도 났어요.
한여름밤의 꿈 같은 아침나절 잠깐 동안
화이트세상을 잠시 본게 다 였네요.

눈은 내릴때만 좋은 거 같아요. 내가 그 눈땜에 움직이지 못하거나 그럴때 말고
창 앞에서 내리는 눈 바라보며 커피한잔 할때.
그 이후는 별로에요. 
길 다니다 미끄러지고 버스는 잘 안오고 눈이 녹아갈 무렵이면 흙탕물 뒤집어 쓰고
이젠 너무 현실적이 되어가는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