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 올 무렵.
울 양순이를 한국에 혼자 두고 올 수가 없었어요.
아는분들은 놔 두고 가라고 하는데 정말 그럴수 없었어요.
태어난지 10일도 안되서 어미고양이와 사고로 헤어지게 되어
눈도 안뜬 애를 우유 먹여가며 길렀거든요.
너무 어린 고양이라 특수 분유를 먹어야 한다고 해서 10여년 전에
거의 6만원 돈을 주고 분유를 사서 먹여가며 키워지요.
한 식구로 산 세월이 5년.
애들을 야단칠 때면 나서서 저를 말리기도 하고 제가 직장을 갈때면
애들과 놀아주는 보모 노릇도 하던 가족인 녀석을 정말 두고 갈 수는 없었어요.
울 양순이는 5년이되는 동안 동네 고양이 한번 만나 본적이 없었네요.
우리 가족들과만 오랫동안 지내온 아이였기에 방치해 둔채 가서
길고양이를 만들수도 잘 돌봐줄지 어쩔지 모르는
누군가에게 맡길 수 없어서 데리고 가기로 했어요.
그냥 데리고 가지 왜 고민이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곳에 우리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를 빌려서
사는 것이기에 규제가 있었거든요.
애완동물은 키우면 안된다는....
그래도 일단 몰래 데리고 들어가 숨겨두고 키우기로
생각하고 무조건 같이 가기로 했어요.
그래서 열심히 검색을 하고 항공사에 문의를 해서
여러가지 서류를 준비하고 병원에 데리고 가서
예방 접종도 하고 확인 서류 발급도 받았어요.
(-서류 한장당 8만원을 주고 영문과 한글로 된 서류를 받았는데,
한글로 된 서류는 필요가 없었어요.
8만원.
돈만 버렸네요. ┬﹏┬
근데 서류 발급 비용이 솔직히 너무 비싸다 생각이 들더군요.
예방 접종 받은 거 확인 싸인만 하는 건데....
지금도 비싸게 받는지는 모르겠네요. 벌써 5년전이니.....)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갈 때 화물칸으로 보내지 않으려고 다이어트 시키고
신장이 안좋다고 해서 떠나기 전까지 식단 조절해서 다시 검사 받고
확인 서류 떼고 그렇게 준비를 철저히 하여 화물칸이 아닌 저와 함께 동승해서
캐나다를 오게 됬어요. 추가 비용은 10만원을 냈어요.
비행기 안에서 혹시 난리 치거나 문제가 생길까 조마조마 했는데
점잖은 아이처럼 '야~~옹' 소리 한번 하지 않고 그 긴 시간
잘 버티고 벤쿠버까지 무사히 도착을 했어요.
그렇게 수월하게 캐나다에 잘 도착하는가 했더니
문제는 벤쿠버에서 갈아탈 때 였어요.
갈아탈 때 인터뷰를 하더라구요. 거기서 이런저런 인터뷰를 하고
나가는 길에 갑자기 출구에서 검역관이 잡더라구요.
따라오래요.
같이 갔더니 물건을 다 풀어 헤지고 검사하는 곳이었어요.
이곳은 아니지만 이곳과 비슷한 보안 검색 방이었어요.
스텐레스 테이블만 몇개 있고 덩치 좋은 검역관들이
한 테이블에 한명씩 부리부리한 눈으로 가방들을 검색하더라구요.
저는 왜 이곳으로 왔는지도 모른채 그때 당시
유일하게 영어를 할 줄 아는 우리 둘째 꼬마만 의지한채
잔뜩 긴장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때 어떤 금발머리에 파란눈을 가진 자~~알 생긴 검역관분이 오셔서
울 둘째 보고 뭐라뭐라 하니 울 애가 하는말이
제가 서류를 거짓 작성했다는 거에요.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아! 그게 비행기 안에서 작성하는 입국 신고서가 잘못 된 것이었어요.
제가 영어를 모르고 그때 당시 구글 번역기 같은것도 다룰줄 몰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아래와 같은 서류 한장을 받아서 작성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애들에게 물어보고 좀 도와달라고 해야했었는데
그 당시 무슨 배짱인지 혼자
해보겠다고 끙끙 대다가 옆 좌석에 앉아 있는
한국 아가씨에게 좀 보자고 빌려 달라고 해서
저도 그 아가씨 것 처럼 체크 항목을 똑같이 한 거 였어요.
그분은 당연히 혼자 였고 애완동물도 없었나봐요.
가져온 식품도 없었구요.
그런데.....
그런데.....
저는 아이도 둘 있었고 먹거리도 잔뜩 담아가지고 왔고
울양순이도 데리고 왔었더랬지요.
하지만 표시 된 항목은 모두
NO.
NO 라고 체크를 한거였어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울 양순이 관련 예방접종 서류와
검역확인서 서류를 분실한거였어요.
분명히. 분명히 인터뷰 할때까지는 있었던거 같은데...
검역관이 저에게 뭐라 해대는데 당췌 뭔소리인지 알아 들을수가 없었어요.
울 애들은 이 상황에 겁을 먹어서 내가 말한 것을 제대로 전달을 못하더라구요.
어린애들이 무슨 죄겠어요. 평생 영어는 안쓰고 살줄 알고 영어 공부를 안한 제가 잘못이죠.
검역관 분이 답답하셨는지 잠시 기다리라고하고는 한국 통역관을 데리고 나타났어요.
그때 와~~~ 빛이 보이는 줄 알았네요.
도와줄 사람을 만났다는 반가움에
그리고 안도감에 그분을 붙잡고 하소연...하소연...했는데....
로봇이었어요. 통역만 해 주는 로봇.
제가 하소연하는 동안 눈길 한번 안주고 대답 한번 안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분이 왜 이러지...내가 정말 큰 잘못을 해서
엮이기 싫어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통역하시는 분들은 진짜 통역만 해야지
개인적인 대화를 하거나 하면 절대 안된데요.
아마 그분들 일하시는 규칙이나 법 같은거 인가봐요.)
진짜 서운했어요. 그때는....
어찌 됬거나 일단 제가 하고싶은 말을 할 수 있는게 다행이다 싶어 사정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캐나다 오기 전에 들은 말이 있었는데
캐나다 정부 관련 일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는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해야 한대요. 눈을 피하면 아! 이사람은 거짓말 하는구나 하며
불이익을 준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말할때 통역하시는분을 보지 않고 캐나다인
검역관의 파란눈을 열심히 쳐다보면서 따박따박
한국말로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 파란눈의 검역관이 하는 얘기가 울 양순이 관련 서류가 없으면
양순이만 한국으로 돌려 보내서 한국에서 누군가가 데리고 가던가, 아니면
저랑 같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대요.
그말은 통역관으로부터 전해 들은 저는 눈물이 왈칵나서
울양순이는 내가 없으면 밥을 안먹는다.
이 애는 10일도 안되 사고로 어미를 잃고 내가 품안에서 1시간에 한번씩 우유
먹여가며 키워서 자식과 같다.
그리고 내가 양순이와 한국으로 가면 울애들은 어떻게 하냐.
내가 영어를 몰라서 실수 한거지 사기 칠려고 NO 에 체크 한거 아니다.
라고 하면서 눈을 있는대로 크게 뜨고 그 캐나다인 검역관의 파란눈을 바라보며
콧물까지 훌쩍 거리며 혹시 내눈을 제대로 못 볼까 눈물도 제대로 닦지 못하고
줄줄 흐르는 눈물을 보이며 계속 그 파란눈을 쳐다 봤어요.
그때는 처음 겪는일이고 해외고 너무 당황스럽고 겁나더라구요.
그러자 검역관이 웃으면서 내가 거짓말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겠다며 같이 서류 찾아보자고 하면서 경찰관 한명을 대동하고
내가 왔던 길을 다시 같이 거슬러 갔어요.
애들과 양순이는 그 가방을 풀어헤진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저와 통역관, 검역관, 그리고 경찰관
이렇게 네명이서 인터뷰 했던 곳까지 거슬러 갔어요.
그랬더니 다행히 서류가 그곳에 있더라구요.
얼마나 기쁘던지. 다시 눈물이 났어요.
그때 그 검역관이 그러대요.
자기도 울 양순이와 비슷한 고양이을 키우고 있다고
그리곤 저 보고 행운아래요. 자기를 만나서.
원래 서류가를 거짓 작성하면(저는 여러가지가 다 걸렸었어요.)
한국 돈으로 150만원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분이 그 돈을 안내도록 해준대요.
제가 울 양순이를 너무너무 아끼는 것을 알겠다며
그 벌금 낼 돈으로 울 양순이 잘 돌봐주라고 하네요.
그런데,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것은 어쩔 수 없대요.
그건 자기가 면제 해 줄수 없다고 하네요.
앞으로 어디 갔다가 다시 캐나다 공항을 이용할 경우
저는 항상 짐을 검사 받을테니 조심하래요.
식품들도 안되는 품목이 많으니 꼭 확인하고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하면서
앞으로는 신고서
작성 할 때 주의 하라고 하면서 그냥 보내 줬어요.
덕분에 벌금 안내고 그냥 그곳을 나왔지만 타야 할 비행기를 떠나 보내서
샌드위치를 사먹으며 몇 시간을 기다리다 위니펙으로 오게 됬네요.
우여곡절 끝에 함께 오게 된 울 양순이.
캐나다 사료가 잘 맞는지 처음 올 때보다 살이 너무 쪘어요.
어느 덧 나이도 10살이 되었네요.
요새 집에만 있으니 껌딱지가 되어서 늘 곁에 있어요.
앞으로도 아프지 말고 아주 오랫동안 같이 건강히 지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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